[여월이어 여래의 사, 연청에 눈꽃 비]
…그저 연의 무상함에 아해는 그리움의 눈꽃을 흘립니다.
이름:
“하염의 뱀, 저 공허한 달의 이름이라고 할까요. 아해의 이름은 여래가 지어주었습니다. 뜻이라 하여 그것은 비밀로 해두고 싶습니다.”
사월 / 虵月
- 뱀 사 / 달 월
나이:
“인간으로 치면 그래, 청년의 나이와도 같은 모습인 아해는 생각보다 긴 시간을 살았습니다. 세상이 놀라시는 것에 그치지 않을 정도로요.”
약 25000살 / 외관 나이 20살
키&몸무게:
182cm/70kg
종족:
“아해는 뱀입니다. 부디 깊고도 순수히 믿지 말아주시길 바랍니다. 아해를 믿었던 이들 중에는 상처 받은 자가 많으니.”
뱀
아해의 첫 탄생은 차디 찬 겨울의 눈 결정이었다. 흔히 말하는 하늘의 신이 산의 보호를 위해 아해를 탄생시킨 것이지. 그리하여 태어난 아해는 커다란 눈 결정에서 서서히 제 모습을 갖추어 가더니 이윽고 부화하였다. 그 모습이 뱀이었으니. 산신이 되기 위해서는 그 모든 것을 감당할 그릇이 필요했고 아해는 그것을 위해 용이 되고자 하였다. 하지만, 용이 되기 직전. 아해는 용이 될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포기하였다.
산신임에도 용이 될 자격이 충분했음에도 제 자신에게 너무 과분하다 느끼어 그 기회를 다른 이에게 양보하였다. 하여 아해는 산신임에도 뱀인 채 남게 되었다.
또한, 아해의 체온이 상당히 낮은 것도 탄생이 눈 결정이었기 때문이렷다.
장르:
마이너한 판타지 소설. 전래동화를 모티브로 만들어진 듯 하지만 워낙 정보가 적어 자세한건 알려지지 않았다.
옛날 옛적 조선보다 더 이전시대의 한반도에서 살던듯한 지식 배경을 가지고 있는 소설이다. 도술이나 요괴, 무속신앙 같은 판타지적인 요소가 가미된 듯 하다.
아래는 이야기 속에서 여래가 사월에게 하는 말이니. 이야기의 마지막 부분에 해당한다.
-
아아, 그저 외로운 아이야.
너의 모든 것을 잃고 그로 인한 슬픔마저도 외면해버리는구나. 이토록 어리석을 수가 없다.
그럼에 아이야, 너는 부디 혼자가 아님을 깨달아 주었으면 하는구나.
아이가 다스리는 산에는 수많은 생명들이 아이 너를 위해 살아가고 있다. 그들에게서까지 눈을 돌리지 않길 바라며 여래가 떠났다고 하여 아이마저도 떠나는 것은 그저 이기적인 것이란 것 또한 알아주었으면 한다.
그러니 아이야, 부디 영원에 지고 기대어 살아가되 아이가 달이고 사이며 남겨진 자라는 것을 명심하거라. 아이가 기억하기를 멀리한다면 여래의 존재도 더 이상 존재하지 않으니,
아아, 홀로 남겨진 마음 굳게 닫혀 슬피 우는 것조차 못하는 아이야-
아이는 세상 그 어떤 존재보다 ── 것을 알아주기를-
외관:
〔 머리 스타일 〕
전체적으로 푸른 하늘빛 머리칼에 그 끝이 하얀색으로 이루어져 있다. 또한, 높게 머리를 올려 묶고 있다.
〔 얼굴 생김새 〕
치켜 올리간 듯 내려간 눈매에 오른쪽 밑에 달 모양의 문양과 그 바로 아래 점이 하나 있다. 눈동자는 백안으로 반쯤 죽은 눈이다. 피부는 창백하지만서도 색이 살짝 돌고 있으며 애초에 몸의 온도가 낮다 보니 피부가 차보인다. 또한 얼굴이 작으며 오목조목하다.
〔 복장 〕
(*복장은 공프와 동일합니다.)
성격:
“다른 이들이 보기에 아해는 이렇게 보이는 것일까요. 하지만, 아해는 뱀입니다. 그 속은 하염에 야속할지 언정 야욕스러울 뿐입니다.”
-〔예의바른/그리워하는/슬픈/마음이 닫힌/아해/상처가 많은/마음의 여유가 없는〕
사월은 태어나길 선하게 태어났다. 애초에 사월은 남에게 받는 걸 잘 못하며 되려 본인이 스스로 많이 베풀고 친절히 대한다. 이러니 자연스럽게 예의가 바르고 배려심이 깊은데 사월은 모든 존재에게 존댓말을 쓰고 그 대상을 높여주는 언행을 하며 산신임에도 자신을 낮추는 경향이 있다. 다른 이가 자신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면 묻거나 따지지도 않고 바로 도와준다. 설령, 그것이 자신에게 있어 손해라고 할지라도. 하지만, 이런 사월임에도 남을 믿지만 기대거나 의지하지 않고 마음을 닫았다. 가장 소중히 여겼던 이를 그 다음으로 소중히 여겼던 이에게 잃고 난 후부터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사월은 그를 미워하거나 원망하지 않고 되려 믿었다. 순수히도. 그렇게 사월은 눈에 보이는 것과 다르게 상처를 많이 받았으며 그로 인해 마음에 여유가 없다. 또한, 사월의 언행이나 행동을 살펴보면 슬픔이 자아나고 그리움이 묻어난다. 그 이유는 필시 가장 소중한 이를 잃었지 때문이렷다. 그럼에 사월은 열심히 연기한다. 소중한 이가 살아 있던 시절의 사월의 성격을 말이다. 하지만, 사월은 모르고 있다. 지금 이것이 그때의 사월과 다름 없이 그저 아해처럼 순수하고 거짓이 없으며 자신에 감정에 있어 지나치게 솔직하다. 그렇기에 악이라 생각되는 것은 되려 바른 길로 인도해주며 자신이 행하는 것이 거짓이거나 해를 가하는 일이 없다. 사월은 아해이기에 아니, 아해답지 않게 세상을 너무나 빠르게 배워 상처를 많이 입었다. 상처를 다스리는 법을 깨우치기도 전에 말이다. 하여 사월은 자신에게 생긴 상처가 자아내는 슬픔과 그리움에 벗어나지 못하였다.
L&H:
“여래의 보옥은 제게 있어 목숨과도 같은 의미입니다. 여래의 보옥마저 없으면 저는 무너지고 말 테니까요.”
-L: 아해라고 불리는 것, 아해라는 호칭, 얼음 과자, 여래의 보옥, 영원
-H: 소중한 것은 잃는 것, 덥거나 뜨거운 것, 머리카락이 자라는 것, 여래의 보옥을 잃어버리는 것
특징:
“아해가 아해를 아해라 칭하는 것은 그저, 그리 느꼈기에 또한 하나 남은 아해의 편이 그리 불렀기에 그리 칭하였습니다.”
- 아해
사월은 스스로 아해라고 칭한다. 분명 아해라는 호칭을 좋아하지만, 그저 좋아해서 사용하는 것이 아닌, 자신이 필시 아해라 생각하고 있기에 또한 지금 가장 믿는 이가 그리 부르기에 사월도 그리 칭하는 것이다.
[아해는 옛말로 아이와 같은 말이다.]
- 여래의 보옥
여래가 죽고 나서 사월은 여래를 보내주기 전, 여래의 머리에 차고 있던 산신의 보옥인 꽃 모양 장신구를 빼내어 자신의 머리에 장식하였다. 그 보옥은 주인의 따라 형태를 바꾸는데 봄의 산신이었던 여래에게서 뱀 산신인 사월에게 옮겨가자 그 모양 또한 뱀으로 변하였다. 하여 이것은 여래의 유품이다.
- 외면
사월은 지금 자신의 내면에 존재하는 모든 슬픔과 괴로움, 아픔, 고통. 그것들을 전부 외면하는 중이다. 여래가 죽고 나서 생긴 그것들을 한번에 다 받아들이기에는 사월의 마음이 너무 약하고 보잘 것 없었기에. 사월은 슬퍼하는 것만 선택하여 다른 것들은 마음에 전부 묻어두었다.
- 말투
평소에는 예의바르고 존댓말을 사용하며 절대 속된 말을 사용하지 않고 윗사람 아랫사람 할 것 없이 존경하는 말투를 구사하지만, 화가 나거나 감정이 격해지면 간혹 말투가 심하게 변한다. 저렴해지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속된 말까지 사용한다.
- 체온
사월은 탄생이 눈 결정인만큼 몸의 체온이 상당히 낮은 편이다. 그리 숨길 만한 것은 아니기에 보통은 타인과 접촉할 때 설명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일시적인 것. 그저 닿는 것만으로도 얼어버릴 수 있으니. 사월은 타인과 닿는 것을 극히 조심한다. 그 때문인지 차가운 것과 곳을 좋아하고 손 끝이 항상 빨갛게 물들어 있다.
능력:
“아해의 힘은 얼음입니다. 다른 이에게 해를 끼치지만 되려 웃음 주기도 했습니다. 하여 아해의 힘은 여래의 봄을 흉내낼 수 있습니다.”
얼음을 다스릴 수 있다. 쉽게 말해 얼음으로 할 수 있는 건 무엇이든 할 수 있다. 보통은 사물이나 생물을 얼리거나 혹은 과일을 얼려 간식으로 만들어 먹는다. 전자의 경우는 공격의 의미지만, 사월은 절대 함부로 다른 것을 공격하지 않는다. 또한 눈마저 내릴 수 있다. 눈꽃을 날리거나 산 하나를 가뿐히 눈에 뒤덮히게 만들 수 있다. 그 모습은 마치, 그 푸르고 형현색색하던 봄이 얼어붙어 멈춘 듯한 모습이다. 하지만, 눈이 내리는 범위는 미지수이며 능력이 감정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그렇기에, 사월은 얼음을 사용하지 않으며 눈 또한 내리지 않는다. 사용한다 해도 손 위에서 작게 눈사람을 만든다거나 눈꽃을 제 주위 혹은 손 위에서 떠다니게 할 뿐이다.
또한, 얼음을 꽃잎처럼 만들거나 나뭇잎, 나무, 등 봄의 요소를 흉내내어 봄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희한하게도 그저 한낱 얼음일 뿐인 봄들이 향기나 나며 꽃잎이 흩날리고 봄 동물들이 그 산에 들러 뛰놀다 가기도 한다. 그것을 항상 지켜보는 사월은 여래가 아직 자신의 산에 남아 자신을 지켜봐주는 것이라 생각하여 매번 여래의 계절인 봄이 될 때마다 여래의 산을 봄으로 물들인다.
눈꽃을 오래 사용하다보면 뱀이기에 스스로 만들어 낸 눈꽃의 온도를 견디지 못하고 손과 피부가 얼어버린다. 얼어버린 손은 반나절 정도 지나면 다시 사르륵 녹는다. 그 모습은 서리가 낀 것처럼 눈꽃이 서린 모습이다.
소지품:
머리카락에 장식한 여래의 보옥
비밀 선관:
영원 / 이루 형언할 수 없는
영원은… 그래 그리 말하는 것이 제일 좋겠지. 사월의 무이이야. 그뜻은 본연 존재하는 것과도 같은 의미를 지니기도 혹은 다른 비유적 의미를 지니기도 하겠지. 사월은 흔히 그렇게 말하지 않는가. 영원의 눈에 있어 저는 그저 아해로 비추어 보이는 것에 만족한다고. 그것은 필시, 영원에게 있어 사월은 아직 그저 아해이기에 내칠 수 없는 존재이지 않을까 하는 사월의 마음일지니. 아아, 그리도 하염에 슬픈 아해야. 어찌도 이런 슬픈 길을 택하였는지. 그 마음은 더욱이 문드러져 가고 있을 것이다. 저의 가족과도 같은 태어나서 처음 눈에 비친 여래를 죽인 영원이니, 하염에도 미워하지 못하고 또다른 가족이 되어버린 영원이니. 그렇지 않은가. 세간에서는 보통 이런 존재를 원수라고 부르는 지경임에도 사월은 그것을 미워하지 못하고 기댈 곳이 필요해, 다시는 버림받고 싶지 않음에, 하여 절대 가족을 잃고 싶지 않음에 영원을 그 누구보다도 소중히도 그리고 슬프게 바라보고 있다. 언젠가는, 영원이 저의 마음을 그저 헤아려주기를 바랄 것이니.
❝ 영원은 아해의 아픔을 생각해본 적 없다하더라도 아해는 괜찮습니다. 지금 이렇게 아해의 곁에 존재해주시는 것만으로도 아해는 웃을 수 있을 터이니까요. ❞
비밀 설정:
어디서부터 이야기해야할까. 하염에 그 어떤 이야기를 하더라도 사월은 그저 가여운 아해인 것을.
아, 그렇지. 필시 이야기는 생명의 탄생부터 존재하는 것. 아해의 탄생부터 늘어놔보겠으니.
아해는 차디 찬 겨울의 눈 결정이었다. 하늘에서 내려온 신이 봄의 산신이었던 여래에게 아해를 맡기었으매. 여래는 아해의 부모이자 형제, 친구, 스승. 세상의 존재하는 모든 존재렷다.
하여 아해는 신의 뜻대로 여래의 손에서 자랐다. 차디 찬 눈 결정에서 이윽고 푸른 뱀이 되어 세상에 나올 때까지. 세상에 눈을 뜨어 푸른 머리칼을 가진 성체의 아해가 될 때까지. 성체의 아해가 세상의 모든 것을 배우고 이해하고 산신이 될 때까지. 이윽고 그 너머의 영원까지. 아해는 여래와 함께 하였다.
하여금의 시간이 흘렀을 무렵, 아해는 산신이 되었고 그에 맞는 산을 관장하게 되었다. 아해는 여래에게 달려갔고 여래 또한 그런 아해를 반갑게 맞아주었으매. 아해는 그저, 이런 행복한 시간이 지속될 것이라 굳게 믿었다 하였으니. 어찌나 가엽고도 불쌍한 아해인가.
아해가 산신이 된 지 대략 몇천 년정도 흘렀으리라.
아해는 그날도 평소와 어김없이 여래를 만나러 여래의 산에 가는 길이었으니. 하지만, 그 끝에 본 것은 처음 보는 누군가에 의해 하얗던 여래의 옷이 빨갛게 물들어 그 죽음을 명시하는 것이렷다.
“여래…?”
그 말을 끝으로 아해의 목소리는 더 이상 세상으로 나오지 못하였으매. 그 시야는 눈꽃으로 인해 일렁일 뿐이라 하였다. 아해는 겨우겨우 움직이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그 자리에서 부정만 하였다던가. 아니라고, 그럴 리 없다고, 전부 꿈이라고. 하여 도망치고 싶다고. 아해는 그리도 슬프게 웅얼거렸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은 부정해버린 여래였으니.
“사월, 이리 와보거라.”
아해는 그의 말에 어쩔 수 없이 덜덜 떨며 다가갔다. 그리곤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 앉고 여래를 품에 꼬옥 껴안았다. 아아, 이 얼마나 죽음과 가까운 순간을 보이는 지. 여래의 숨은 점점 멎어 갔고 붉은 피는 새하얀 옷을 더욱 붉게 물들였으니. 여래는 죽기 전, 이를 꽉 물고 아해에게 속삭였으매.
“사월아. 내가 죽었다고, 사라졌다고 부디 오래 슬퍼하지 말았으면 한다. 나는 사월, 너와의 소중한 기억을 안고 하여금 너를 탄생시킨 곳으로 돌아가는 것이니. 우리 나중에 만나자꾸나.”
“시, 싫습니다. 여래. 제발 사월을 두고 가지 말아주십시오. 사월은 아직, 혼자 남기에는 세상이 너무 무섭습니다. 그러니 제발….”
여래는 그렇게 아해의 마지막 말에 대답조차 해주지 못한 채 아해의 볼을 한번, 쓰다듬고는 이내 팔을 떨구었다. 아해는 그저, 안 된다는 소리도 내지 못하고 아기의 웅얼거림과 닮은 소리를 내었다. 그리고 차갑게 식어버린 여래의 손을 그저 살포시 잡고는 눈꽃만 흘릴 뿐. 그 무엇도 하지 못했다.
그리도 오래 울었다.
여래의 산이. 아해의 산이 아해의 힘으로 인해 서서히 얼어가고 있다는 것조차 모른 채. 그리도 오래 울었다.
이 잘못을 누구에게 탓할쏘냐. 아무리 생각해도 없지 않은가? 아니지, 아해는 아직 보지 못한 것뿐이니. 여래의 옆에 분명 누군가 또 하나 서 있었으니, 필시 그것이 영원이렷다.
아해는 눈꽃 가득 흐르는 눈을 하고 빨갛게 달아오른 눈매를 숨길 새도없이 영원을 쳐다보았다. 그럼에도 그 눈에는 슬픔만이 전부였으니. 영원을 향한 원망 같은 건 담겨 있지 않았다.
“그대가. 그대가 여래를 죽였습니까…? 하여 그렇다면 어찌하여 여래를 죽인 것입니까. 여래는 누구에게 원한을 살 이가 아니었으니. 제발, 그대가 한 것이 아니라 말씀해주십시오….”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그리도 차가울 수 없었다 하매. 그때 아해는 느꼈다.
아, 세상은 소중한 것을 이리도 무참히 앗아가는구나.
부정도 못한 채 아해는 그리도 슬퍼했다. 기댈 곳은 이미 영원이 앗아간 후였고 그렇다고 아해에게 다른 기댈 곳이 존재하던 것도 아니었으니. 그 크고도 허망한 슬픔을 아해 혼자서 감당해야하는 것이렷다.
그대는 아는가? 그 슬픔이 어찌나 아픈 것인지.
차라리. 모른 척해주었으면 좋았을 것을. 그랬다면 아해는 영원을 원수로 여기어 평생을 미워했을 것을. 크게 다친 아해의 마음이 그것으로 인해 서서히 나아가고 있었을 것을. 영원은 아해의 가장 소중한 여래를 그리도 무참히 죽인 주제에 무슨 변덕이올신지, 아해를 달래주었다.
얼마나 잔인한 일인가. 평생의 원수를 미워하지도 원망하지도 못한 채, 여래를 죽인 그 손에 달래어지니, 손쉽게 기대버렸다. 그 기댐 속에 여래는 이내 겨울 지나 여름, 눈이 녹아 사라지듯 눈처럼 사르륵 사라졌다.
그때부터 들렸던 것은 한낱 가여운 아해의 통곡일지니.
찢어질 듯이 슬픈 그 가슴을 부여잡고 목이 나가도록 소리를 질렀다. 그렇게 서럽게 우는 자를 영원은 보았을까. 아니, 보지 못했기에 손을 내밀고 만 것이지. 통곡하는 아해에게 손을 뻗었기에. 아해는 어디라도 좋으니 매달릴 곳이 필요했기에. 그 손을 잡은 것이렷다.
아해는 영원의 품에서 한참을 슬퍼하였다.
이윽고, 아해의 정신이 돌아왔을 때. 산은 푸르고도 시렵게 얼어버렸다. 그것은 필시. 아해가 제 스스로를 버렸다는 증거일지니. 마음마저 내버린 아해는 그렇게 몇백, 몇천 년을 그저 숲 깊은 곳에서 잠에 들어 있었다. 다시 잠에서 깨어났을 땐, 자연스럽게 그 모든 것을 받아들였다.
참으로 이상하지 않은가?
슬퍼한 것에 비해 받아들인 시간은 그리도 짧으니. 이것 또한 아해가 스스로를 버렸기에 가능한 일이겠지. 그렇게 아해는 잠에서 깨어나고 숲을 녹였다. 숲은 드디어 여름을 맞았고 그에 반비례 하여 아해는 더욱 차디차게 얼어갔다. 그럼에도 산신인 것을. 아해는 여래의 뜻을 잇기로 하였으매.
그 후부터는 모든 것이 '정상'으로 돌아온 것이었으니. 하여, 아해는 전처럼 그저 묵묵히 여래의 산과 제 산을 관장하는 산신으로서 살아갔다. 이토록 훌륭한 산신은 이례적으로 처음일지니. 아해의 모든 면이 이때 자리잡은 것이다.
잠에서 깨어난 후 아해는 영원과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분명, 머리는 미워하라 시키는 것에 마음은 기대고 싶어하였으니. 아해는 단 한번만 마음의 소리를 따라보기로 하였다.
하여 아해는 영원을 여래와 같은 존재로 여겨 따르었다. 아해에게 있어 여래는 부모이자 형제, 스승이자 친구. 세상에 존재하는 그 모든 관계의 정의였으니. 영원마저 그리 여긴 것이지. 필시, 아해의 눈에는 영원이 여래와 상당 닮아 있었으니 이루 말할 것도 없지 않은가?
그렇기에 아해는 아해인 채로. 그리 오래 살아왔고 살았으며 살아갈 것이다.
또 하나의 비극이 찾아오기 전까지는 말이다.
아해가 그저, 신의 부름으로 잠시 산을 비웠을 뿐이었으니. 인간이란 것들이 그때 하필 흉을 맞이했으매. 아해는 그것을 모르고 신의 부름에 응했으니. 그 대신, 인간들의 부름에는 응하지 못한 것이지.
인간들은 자신들의 흉으로 인해 아해의 산에 공물을 바치고 소망을 바라었다. 하지만, 아해가 답이 없자 한때는 그리 의지하고 믿었던 아해를───
어찌, 이 부분만 끊긴 것인지. 이 부분은 이야기에도 자세히 나와 있지 않다. 그럼에 그 너머의 이야기이니.
아해는 그렇게 인간에게 버림받은 산신이 되었다. 그럼에도 아해는 인간들을 도왔으니.
그런 아해의 이야기는 흐지부지 끝났다.
그리 잘 알려지지 않은 소설이기에 이야기의 끝 또한 이리도 애매한 것인지.
단, 하나 확실한 것이 있다면 아해는 아해의 힘으로 세상을 차갑게 얼리었다 하였으매. 다시는 녹을 수 없도록. 목소리는 새하얀 눈으로, 눈물은 눈꽃으로, 슬픔은 기쁨으로. 그리 만들었다.
여래가 보면 혼날지도 모르지. 산신이기에 어리석은 선택이 된 아해의 선택은 그 누구에게도 존중받지도 이해되지도 공감되지도 않을 테니.
그렇게 아해는 아해의 세상을 얼리었고 이야기의 끝, 봄이 겨우겨우 찾아왔을 무렵, 아해의 이야기는 끝이 났다. 아해가 그리도 좋아하고 소중하게 여기었던 여래의 말을 끝으로.
아아, 그저 외로운 아이야.
너의 모든 것을 잃고 그로 인한 슬픔마저도 외면해버리는구나. 이토록 어리석을 수가 없다.
그럼에 아이야, 너는 부디 혼자가 아님을 깨달아 주었으면 하는구나.
아이가 다스리는 산에는 수많은 생명들이 아이 너를 위해 살아가고 있다. 그들에게서까지 눈을 돌리지 않길 바라며 여래가 떠났다고 하여 아이마저도 떠나는 것은 그저 이기적인 것이란 것 또한 알아주었으면 한다.
그러니 아이야, 부디 영원에 지고 기대어 살아가되 아이가 달이고 사이며 남겨진 자라는 것을 명심하거라. 아이가 기억하기를 멀리한다면 여래의 존재도 더 이상 존재하지 않으니,
아아, 홀로 남겨진 마음 굳게 닫혀 슬피 우는 것조차 못하는 아이야-
아이는 세상 그 어떤 존재보다 ── 것을 알아주기를-
이야기의 끝이기에. 아해는 이를 듣지 못했다. 그저, 이야기가 사라지기 전 아해마저 사라져버리면 이제 더 이상 여래를 기억해줄 존재는 존재하지 않으니 급히 도망쳐왔기 때문이렷다.
-
요약
사월은 탄생부터 함께해 온 여래를 영원의 손에 잃었다. 여래가 죽는 순간마저 두 눈으로 직접 보았다. 그리하여 사월은 그저 슬퍼할 뿐이었고 그 슬픔은 아주 오랜 시간 지속되었다. 하지만, 기댈 곳 따위 없던 사월은 잠이라는 도망을 선택했고 이윽고 잠에서 깨어난 후, 그리도 슬퍼할 때 달래주었던 영원에게 여래를 비추어 보며 영원을 따르게 되었다. 하지만, 그 영원마저 이야기의 끝에서는 행방이 묘연해졌으니. 신의 부름으로 자리를 비우고 돌아와 모든 것을 깨달은 아해는 다시 한번 그 슬픔에, 인간들이 버린 산신이기에 세상을 얼려버렸다. 흔히 말하는 sad endihg으로 사월은 그 엔딩에서 여래를 잊고 싶지 않음에 환상으로 온 것이다.
비설털이 여부:
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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